파괴를 전제로 한 건축물 설계 이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거주를 전제로 설계된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 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곤 한다. 기후 변화, 지진, 전쟁, 테러와 같은 위협은 불시에 공간을 붕괴시키고, 거주자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놓는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건축은 단지 아름다움이나 기능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 그 자체'를 설계의 일부로 수용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파괴를 전제로 한 건축물 설계 이론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으며, 건축학과 도시계획의 영역에서 어떤 철학적 전환을 불러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건축은 무엇을 전제로 해야 하는가?전통적으로 건축은 '오래 남을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유럽의 대성당, 아시아의 고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