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 (76) 썸네일형 리스트형 건축학과 기억: 공간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인간은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서, 환경 속에서 경험을 해석하고 그것을 기억으로 재구성하는 인지적 존재다. 뇌는 공간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과 감정을 통합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기억 덩어리로 저장한다.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바로 해마다. 해마는 길 찾기 능력과 공간 인지를 주관하는 동시에, 특정 장소에 얽힌 사건의 시퀀스를 재구성해 기억으로 정착시킨다. 건축 공간이 어떻게 뇌의 작용을 자극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 분야는, 건축의 높이, 개방감, 조도, 색채 등이 인지와 기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해 왔다. 가령 천장이 높고 채광이 잘 되는 공간은 인지적 확장성과 자유로운 사고를 유도해 긍.. 인간 중심 건축학의 철학적 접근 건축은 오랜 시간 인간 문명의 형태를 결정짓는 근간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인간 중심 건축학은 단순한 구조적 해결책이나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인간의 존재방식, 심리적 요구, 사회적 관계, 문화적 정체성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철학이다. 이 건축적 접근은 공간이 인간의 삶을 수용하고 반영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건축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고, 공간은 다시 인간의 인지와 감정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러므로 건축은 단순한 물질적 구조가 아니라 인간 삶의 철학적 거울이다. 이 글은 인간 중심 건축학이 어떻게 철학적 기반을 통해 구현되며, 그것이 오늘날의 삶과 도시,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1. 존재론적 공간: 건축은 존재의 조건.. 건축학에서 ‘어둠’을 설계한다는 개념 ‘어둠’은 단순히 빛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건축학에서 어둠은 공간의 감성, 인간의 감각,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설계하는 중요한 재료다. 이 글은 ‘어둠’을 조형하고 연출하는 건축적 관점을 탐구하며, 조명 중심의 공간 설계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유의 여정을 제시한다. 어둠, 공간의 또 다른 얼굴일반적으로 건축은 빛을 다루는 학문으로 인식된다. 설계 초기부터 일조량, 개구부의 위치, 조명의 종류까지 치밀하게 분석하고 조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어둠을 단지 결핍이나 오류로 간주하게 만들고, 공간의 반쪽을 놓치게 한다. 실상 어둠은 그 자체로도 물성과 감정을 전달하는 미디어이다. 어둠은 공간에 ‘경계’를 흐리게 함으로써, 사용자의 시선을 제한하고 그만큼 집중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빛이 지배하지.. 식물을 중심으로 구성된 구조물의 공간감 분석 현대 도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생태적 단절이다. 회색빛 아스팔트와 유리로 뒤덮인 도시 환경은 인간의 삶을 기술과 효율 중심으로 재편했지만, 동시에 자연과의 연결을 단절시켜 정서적 피로를 가중시켜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식물을 중심으로 한 구조물은 단순히 ‘녹색 공간’을 넘어, 생명력이 공간 전체의 구조를 결정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는 기존의 건축 개념인 ‘기능 중심’ 혹은 ‘디자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을 동등한 구성 주체로 인정하는 철학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구조물들이 어떻게 공간감을 형성하고, 인간의 지각과 감정, 생태적 의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1. 식물이 구조가 되는 공간의 개념적 전환식물이 건축 구조의 핵심 요소가 .. 건축물 속의 시계 방향과 인간 심리학 건축은 단지 벽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움직임을 이끄는 동선이며, 무의식적으로 정서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심리적 장치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시계 방향(clockwise)’이라는 공간적 흐름의 방향성은 건축 설계에 있어 직관적이면서도 심오한 원리로 작용한다. 이 글에서는 건축물 내에서의 시계 방향 흐름이 인간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학적 연구와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1. 인간은 왜 시계 방향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가?사람은 대부분 오른손잡이다. 세계 인구의 약 90%가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며, 이는 뇌의 편측성(lateralization)과 깊은 연관이 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쪽 대뇌 반구가 보다 활동적으로 작용하는데,.. 미세먼지 차단형 건축 디자인의 실현 가능성 미세먼지는 더 이상 단순한 계절성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PM2.5)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장기간 노출 시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인지능력 저하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된 대한민국과 같은 밀집 지역에서는 실외 대기질이 실내까지 침투하며 건강 위협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차단형 건축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이 글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과 기술적 기반, 적용 사례,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미세먼지와 건축의 상관관계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10μm 이하), 일반적인 환기 시스템이나 창호를 통해 쉽게 실내로 유입된다. 도시지역에서는 차량 배출가스, .. 생체리듬을 고려한 건축 설계, 가능한가? 현대 건축은 단순한 공간의 구축을 넘어, 인간의 생리적·심리적 건강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생체리듬 기반 건축 설계’다. 인간의 생체리듬, 즉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을 고려하여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수면의 질, 집중력, 정서 안정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체리듬 중심의 건축 설계는 실제로 가능하며,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을까? 생체리듬이란 무엇인가: 건축과 연결되는 생물학적 시계생체리듬은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가 하루 24시간 주기로 반복하는 생리적 변화를 의미한다. 수면과 각성, 체온 조절, 호르몬 분비 등 대부분의 생체 기능은 이 리듬에 의해 조절되며, 이는 뇌 속 시교차상핵(SCN:.. 건축학에서 ‘소리’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소리를 다루는 건축학은 단순한 기술의 영역을 넘어 감각과 경험의 학문이다. 현대 건축에서는 공간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그 안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질이 중요하게 여겨지며, 이는 공연장이나 종교 건축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상적인 주거, 사무공간에서도 핵심 요소로 다뤄진다. 이 글에서는 건축학에서 소리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어떤 과학적 원리와 기술이 적용되는지, 그리고 건축적 의도가 어떻게 청각 경험으로 구현되는지를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1. ‘건축 음향학’이란 무엇인가?건축 음향학은 건축 공간 내에서 소리의 전달, 반사, 흡음, 확산 등의 물리적 특성을 연구하고 설계에 반영하는 학문이다. 이는 단순한 소음 차단을 넘어, 의도된 음향 효과를 실현하고 사용자에게 최적의 청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특..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