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와의 문화사적 의의와 건축사적 위치

기와는 단순히 건축물의 지붕을 덮는 재료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계층, 건축의 기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적 요소였다. 한국 전통건축에서 기와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시대를 거쳐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을 지나면서 점차 다양화되었고, 기능적으로도 발전해 왔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기와의 규격과 문양, 재질 등이 국가 차원에서 일정한 기준을 따르기도 하며, 사회적 위계와 건축물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 짓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이러한 기와는 기본적으로 지붕재이지만, 강우를 효율적으로 배출하고 단열 효과를 제공하는 실용적 기능을 지니며, 동시에 건축물의 외관을 장식하는 조형적 요소로도 기능하였다.

 

기와의 존재는 단순한 장식의 수준을 넘어, 건축 전체의 구조적 안정성과 장기적 내구성을 보장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였기에, 기와의 종류와 그에 따른 기능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 전통건축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평기와(평와)와 막새기와의 구조와 배치 방식

전통 기와는 평기와(平瓦, 또는 평와)와 막새기와라는 두 가지 주요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평기와는 지붕 전체를 덮는 기본 단위로, 골기와(암키와)와 겉기와(수키와)가 서로 맞물리도록 교차하여 배치된다. 이 방식은 비와 눈이 틈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고, 지붕 위로 흐르는 물길을 유도하여 하중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기와지붕은 단순한 피복재가 아니라, 정밀한 구조적 조합을 바탕으로 기능적 안정성을 구현한 복합체라 할 수 있다.

 

한편, 지붕의 끝단에는 막새기와가 설치되며, 이는 일반적으로 원형이나 반원형으로 마감되어 있어 미관적인 요소와 동시에 말단의 기와들이 이탈하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조선 시대 궁궐이나 사찰에서는 이 막새에 다양한 문양을 새겨 장식성을 부여하였는데, 이는 각 건축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예를 들어, 왕실 건축에는 오얏꽃 문양이, 불교 사찰에는 연꽃 문양이나 불심을 상징하는 부처의 족적이 새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옥 기와의 종류와 기능적 차이

 

종류별 기와: 수막새, 암막새, 치미, 잡상 등 특수 기와의 기능

전통건축에서 사용하는 기와는 기본적인 평기와 외에도 다양한 특수기와가 존재하며, 각각의 용도와 기능이 정밀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막새와 암막새다. 수막새는 수키와의 끝단에 붙는 막새로, 일반적으로 원형의 장식이 새겨져 있다. 암막새는 암키와의 끝단에 부착되며, 모양이 약간 더 얇고 직선적인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막새는 지붕의 끝을 미려하게 마감하면서도 외부로부터 기와의 이탈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또 다른 특수기와로는 ‘치미’와 ‘잡상’이 있다.

 

치미는 지붕의 용마루 양 끝에 세워지는 장식용 기와로, 주로 궁궐이나 관청, 대형 사찰의 지붕에서 볼 수 있다. 치미는 전통적으로 불의 기운을 제압하고 집안의 화를 막는다는 상징성을 지녔으며, 용 모양이나 봉황 모양으로 제작되었다. 잡상은 용마루 양 측면에 늘어선 작은 동물 또는 인간 형상의 기와로, 외부 악귀의 침입을 막고 권위를 상징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잡상의 수가 건축물의 등급을 상징하여, 왕실 건물에는 9개까지 설치될 수 있었던 반면, 일반 민가에는 설치가 금지되었다.

 

재료에 따른 기와의 특성과 내구성

기와는 일반적으로 점토를 성형한 뒤 고온에서 구워 제작되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점토의 종류, 소성 온도, 성형 기술 등에 따라 기와의 물리적 특성과 내구성이 크게 달라진다. 한국 전통기와는 대체로 철분 함량이 낮고 미립질이 적은 황토를 사용하여 제작되었으며, 이는 기와의 가벼운 무게와 높은 수분 흡수율을 가능하게 하였다.

 

흡수율이 높은 기와는 여름철에는 실내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내부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여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반대로, 내구성 면에서는 약한 충격에도 쉽게 파손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조선 중기 이후에는 기와의 표면을 유약으로 처리한 ‘유약기와’가 등장하게 되었고, 이는 기와의 방수성과 내구성을 강화하였다.

 

실제로 유약처리된 기와는 일반 기와보다 1.5배 이상 긴 수명을 지니며, 외부 오염에 대한 저항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재료와 제작 기술의 발전은 곧 전통건축의 내구성과 기능성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와의 기능적 효과: 단열, 방수, 구조 안정성

기와는 단순한 지붕재가 아니라 건축물의 거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단열 효과는 기와의 중첩 구조 덕분에 탁월하다. 골기와와 겉기와가 맞물리면서 생기는 기와층 사이의 공기층은 외부 열기의 직접적인 전달을 차단하는 장벽 역할을 하며, 이는 여름철 실내 온도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

 

또한 기와는 방수 기능이 매우 뛰어나며, 곡면의 경사를 따라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설계되어 있어 강우 시 지붕 내부로 물이 스며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 구조적으로도 기와는 전체 지붕 하중을 넓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여, 목조건축물의 수직 하중 부담을 줄여준다.

 

특히 건축의 기초와 기둥, 보 구조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붕재의 무게 분산은 결정적인 요소이며, 이는 기와의 배열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기와는 단순한 피복재 이상의 존재로, 전통 건축물의 성능과 내구성을 좌우하는 핵심 자재임이 분명하다. 전통 기와지붕의 층간 열저항 값은 현대 콘크리트 지붕 대비 평균 2.3배 높아,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도 기와의 우수성이 입증되기도 하였다.

 

전통 기와의 계승과 현대적 활용 가능성

오늘날 기와는 과거처럼 건축의 주요 재료로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그 조형미와 기능성은 여전히 현대 건축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특히 한옥의 재조명과 더불어 기와 건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문화재 보존과 전통건축 복원 프로젝트에서도 기와의 제작 방식과 설치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경북대학교 문화재연구소는 전통 기와 제작 기법을 복원하고 이를 현대 건축재와 접목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기와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한편, 현대의 친환경 건축 흐름 속에서 전통 기와의 자연 소재성과 생태적 특성은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한 대안으로도 평가된다.

 

단열성과 방수성이 뛰어난 기와는 현대의 주거 구조에 맞게 재해석될 수 있으며,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상징적 건축재로 활용될 수 있다. 향후 전통 기와의 기능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동시에 보존하면서, 현대적 기술과 디자인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전통건축의 계승이 이루어진다면, 기와는 과거의 유물이 아닌 미래 지향적 건축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