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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철학: 공통된 설계 관점

 

전통한옥과 현대 패시브하우스는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건축 철학 측면에서 뚜렷한 공통점을 공유한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자연과의 조화와 공존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전통한옥은 한국의 기후와 지형 조건을 적극 반영한 주거형태로,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수용하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예컨대 북쪽은 막고 남쪽은 개방하여 햇빛과 바람을 조절하며, 마당을 중심으로 주요 공간들이 배치되어 채광과 통풍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었다.

 

패시브하우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자연의 조건을 수용하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태양의 고도와 방향을 고려한 창호 배치, 고성능 단열재를 활용한 외피 설계, 열손실을 줄이는 기밀 시공 등이 모두 자연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려는 시도다. 이처럼 두 건축 방식 모두 외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연 속에서 최적의 거주환경을 창출하려는 철학적 접근을 내포하고 있다. 시대적 맥락은 다르지만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건축적 형태로 구현된 것이다.

 

전통한옥과 현대 패시브하우스의 공통점과 차이점

단열과 환기의 방식: 기술적 구현의 차이

전통한옥과 패시브하우스는 모두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단열과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그 구현 방식은 전통과 기술이라는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전통한옥의 경우, 흙과 나무, 기와, 한지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하여 건축물 전체가 숨을 쉬듯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온돌은 한국 전통 건축의 대표적인 난방 방식으로, 바닥을 데워 실내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며 열효율이 매우 높다. 또한 문살과 한지로 구성된 창호는 계절에 따라 유동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어 자연환기를 용이하게 한다.

 

반면 현대 패시브하우스는 정밀한 과학기술에 기반한 단열 및 환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3중 유리창과 고기밀 창호는 열의 이동을 최소화하며, 벽체와 지붕, 바닥에는 고성능 단열재가 설치된다. 환기의 경우, 기계식 열회수 환기장치(HRV)가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배출하면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들여오되, 배출되는 열을 다시 회수하여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처럼 전통한옥이 환경을 수용하고 순응하는 방식이라면, 패시브하우스는 과학기술로 환경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가진다.

 

건축 재료와 지속 가능성: 자연 대 인공의 조화

 

전통한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재료 선택에서 자연친화적 접근을 한다는 점이다. 건축의 주요 구성요소는 나무, 황토, 한지, 기와 등으로, 모두 생분해 가능하고 자연 순환에 기여하는 재료들이다. 특히 나무는 구조재이자 심미적 요소로 활용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멋을 더한다. 또한 이러한 재료들은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운송에 의한 탄소배출도 최소화된다. 전통한옥은 시간이 지나도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철거 후에도 재료를 재활용하거나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지속가능 건축의 예시라 할 수 있다.

 

반면 패시브하우스는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성능 인공 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폴리우레탄, 폴리스티렌 같은 단열재는 열차단 성능은 뛰어나지만 생분해가 어려워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기계장치와 고도 기술 자재에 대한 의존도는 유지관리 비용을 증가시키고, 재료의 수명과 재활용성에도 한계가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친환경 패시브하우스 자재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전통건축의 지속가능성 개념을 현대 기술로 융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결국 두 건축 방식은 각각의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미래 건축에서는 양자의 장점을 통합하는 방향이 요구된다.

 

공간 구조와 삶의 방식: 고정성과 유동성의 차이

 

공간 구성에서도 전통한옥과 패시브하우스는 철학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한옥은 공간을 고정된 기능으로 나누지 않고, 계절이나 용도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컨대 여름에는 마루에서 생활하고 겨울에는 온돌방으로 이동하며, 한 공간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공동체 중심의 생활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건축이 생활의 리듬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사례다.

 

반면 패시브하우스는 고정된 공간 구조와 기계적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내는 기능별로 분리되어 있고, 환기나 온도 조절 역시 거주자의 직접적 개입보다는 시스템에 의해 통제된다. 이는 현대인의 개별적이고 프라이버시 중심의 생활방식에 잘 맞지만, 자연이나 공동체와의 연결성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 또한 고기밀 구조로 인해 창을 자주 여닫는 것이 제한되는 점은 생활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저해할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을 가지며, 생활 방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전통과 기술의 통합을 향하여

 

전통한옥과 패시브하우스는 모두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인간의 오랜 고민이 건축적으로 표현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두 건축 모두 에너지 절약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핵심 철학은 통한다. 한옥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강조하는 건축이고, 패시브하우스는 기술과 데이터로 최적화된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적 해석이다.

 

앞으로의 건축은 이 두 방향성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융합과 통합의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전통한옥의 유연한 공간 구조와 자연재료를 현대 패시브하우스 기술과 접목시킨다면, 환경성과 인간 중심성을 동시에 갖춘 미래형 주거 공간이 탄생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학생으로서 이 두 건축 유형의 철학과 기술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통합하는 설계 능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